'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은 한국 사회의 젠더 갈등을 촉발시켰다. 사진은 지난 2016년 5월19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하는 김모씨. /사진=머니투데이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은 한국 사회의 젠더 갈등을 촉발시켰다. 사진은 지난 2016년 5월19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하는 김모씨. /사진=머니투데이

2016년 5월17일 서울 서초구 소재 한 건물 화장실에서 한 20대 여성이 처음 보는 남성에게 살해당했다.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여성은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는 말을 끝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 여성은 일면식 없던 범인에 의해 짧은 생을 마쳤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잘 알려진 이 사건은 단순 강력 범죄 사건을 넘어 한국 사회의 젠더 갈등을 폭발시킨 도화선이 됐다. 범인은 범행을 저지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심층적인 조사 끝에 이 사건을 묻지마 범죄로 규정했다. 그러나 사건의 여파는 2016년 당시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남성 6명 왔다가는 동안 가만히… 여성 들어오자 범행

지난 2016년 조현병을 앓던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서울 서초구 한 화장실에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사건 당시 강남역 부근 거리. /사진=머니투데이
지난 2016년 조현병을 앓던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서울 서초구 한 화장실에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사건 당시 강남역 부근 거리. /사진=머니투데이

피해자 A씨는 사건 당일인 2016년 5월17일 오전 1시20분쯤 상가 내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초 발견자는 돌아오지 않던 A씨를 찾아 나선 지인이었다. 발견 당시 A씨는 왼쪽 가슴 부위에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며 변기 옆에 쓰러진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범인을 검거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사건 현장 인근 CC(폐쇄회로)TV 영상을 분석해 30대 남성 김모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현장에서 도주한 김씨는 범행 10시간 만인 같은 날 오전 11시쯤 경찰에 체포됐다.

강남구 소재 한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던 김씨는 사건 발생 몇시간 전인 전날 저녁 일하던 식당 주방에서 흉기를 챙겨 거리를 배회했다. 김씨는 저녁 11시40분쯤 범행 장소인 상가 2층 공용화장실에 들어가 1시간이 넘도록 숨어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화장실에 숨어있는 동안 해당 화장실에는 남성 6명이 출입했으나 김씨는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 화장실에 들어온 여성인 A씨를 범행 대상으로 한 점을 고려할 때 의도적으로 여성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화장실에서 A씨의 목과 가슴 등을 여러 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불과 3분이었다.

"여성들이 날 무시해"… 범죄자의 한마디에 불붙은 한국 사회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씨는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사진은 지난 2016년 5월20일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강남역 10번 출구에 모인 사람들. /사진=머니투데이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씨는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사진은 지난 2016년 5월20일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강남역 10번 출구에 모인 사람들. /사진=머니투데이

김씨는 초기 경찰 조사에서 "여성에게 무시당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의 범행 동기는 곧장 여성 혐오 논란으로 이어졌다. 일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 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로 규정지으면서 젠더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은 현재까지도 한국 사회의 젠더 갈등을 폭발시킨 도화선으로 평가받는다.

김씨는 2009년 미분화형 조현병을 진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서울서초경찰서는 "김씨는 2008년부터 조현병 증상으로 4차례 입원한 기록이 있다"며 "여성 혐오 살인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사건을 프로파일링 끝에 조현병에 의한 묻지마 범죄 유형으로 판단했으나 갈등양상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의 김씨의 언행은 유족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김씨는 현장 검증에서 "어쨌든 희생됐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심경을 묻는 말에는 "담담하고 차분하다"고 답했다. 최후 변론에서는 "마음 아프다는 생각은 들지만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씨는 반성 없는 태도로 1심에서 징역 30년형을 받았다. 김씨 측 국선 변호인은 재판에서 심신상실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형량은 항소심에서도 유지됐고 최종적으로 대법원은 징역 30년과 치료감호, 20년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확정했다.

2016년 당시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안타깝게 짧은 생을 마감한 이를 추모하는 메모를 남기거나 국화꽃을 놓는 등 추모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