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동일인으로 법인인 쿠팡㈜이 지정됐다. 사진은 김범석 쿠팡 의장. /사진=쿠팡
쿠팡의 동일인으로 법인인 쿠팡㈜이 지정됐다. 사진은 김범석 쿠팡 의장. /사진=쿠팡

이번에도 김범석 쿠팡 의장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기업 집단 총수) 지정에서 제외됐다. 쿠팡의 동일인 관련해 꾸준히 역차별 논란이 일었지만 여전히 쿠팡의 동일인은 쿠팡㈜이다.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2024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 쿠팡의 동일인으로 법인인 쿠팡㈜를 지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쿠팡이 처음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2021년 이후 동일인을 김 의장(자연인)이 아닌 법인으로 지정해왔다.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지와 관련한 제도적 미비가 이유였다.

이를 두고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사익편취 금지와 친·인척 자료 제출 등 각종 의무가 부여된다. 이를 의식한 공정위는 내·외국인을 포괄한 동일인 지정 기준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하지만 바뀐 제도에서도 김 의장은 동일인 지정을 피했다.

개정 시행령은 동일인을 판단하는 예외 기준으로 ▲동일인을 자연인으로 보든 법인으로 보든 국내 계열회사의 범위가 동일한 기업집단으로서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 최상단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고 ▲해당 자연인의 친족도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임원재직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채무보증이나 자금대차가 없는 등 사익편취 우려가 없는 경우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는 경우에도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봐주기' 논란에 제도 개선했지만 예외 요건 충족


뉴욕증권거래소 앞에 선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사진=쿠팡
뉴욕증권거래소 앞에 선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사진=쿠팡

공정위는 쿠팡이 예외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고 쿠팡의 동일인을 자연인이 아닌 법인으로 지정했다. 앞서 공정위 발표 이전 업계에서는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동안의 역차별 논란을 의식한 공정위가 외국인이더라도 국내 대기업 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경우 동일인으로 지정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쿠팡은 한국 법인인 쿠팡㈜의 지분 100%를 미국 모회사(쿠팡Inc)가 갖고 있다. 쿠팡Inc의 의결권 76.7%는 김 의장이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김 의장이 쿠팡Inc를 통해 쿠팡㈜을 지배하는 것이다. 김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씨는 쿠팡에 재직하면서 5억원가량의 보수를 받고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으로 쿠팡Inc 주식 4만3052주도 받았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김범석 의장의 동생 내외가 쿠팡Inc 소속으로 돼 있고 미등기 임원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 계열사의 임원으로는 재직하지 않는다"며 "국내 쿠팡 주식회사에 파견근무하고 있는 사실은 확인되지만 이사회 참여나 투자 활동, 임원 선임 등 경영 참여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장의) 동생은 글로벌 물류효율 개선총괄로 그리고 동생 배우자는 인사관리전산시스템 운영총괄로 재직 중"이라며 ▲쿠팡의 임원급 연봉이 약 30억원인 점 ▲김 의장 동생 부부와 비슷한 직급이 140명가량 존재하는 점 등을 이유로 임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유통산업발전법에서도 수혜 본 쿠팡


쿠팡 배송차량. /사진=쿠팡
쿠팡 배송차량. /사진=쿠팡

쿠팡과 관련한 역차별 논란은 동일인 지정 외에도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으로 이커머스가 혜택을 보고 국내 대형마트가 역차별받고 있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시행됐다. 이 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제한된다. 온라인 사업에도 그대로 적용돼 새벽배송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법 취지와 다르게 전통시장의 매출은 늘지 않았고 이커머스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대형마트는 위기를 맞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유통시장 규모는 전체 유통 매출 비중의 50.5%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오프라인을 앞질렀다. 쿠팡은 국내 최대 이커머스로 급성장했다. 쿠팡의 자산은 2022년 말 11조11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7조6900원으로 증가해 같은 기간 자산기준 순위가 45위에서 27위로 18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유통산업발전법과 관련해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대규모점포의 영업·출점제한은 소비자권익을 침해하고 납품기업과 농수산물 산지 유통업체의 피해를 초래하는 반면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며 "규제보다는 소비자 편익과 유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중심으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