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 / 사진=이한듬 기자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 / 사진=이한듬 기자

동업 가문간 경영권 분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영풍과 고려아연의 1분기 실적이 엇갈렸다. 영풍은 적자폭이 크게 확대된 반면 고려아연은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 속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영풍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풍의 매출액은 7414억원으로 전년동기 8907억원대비 16.7%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83억원에서 432억원으로 적자폭이 149억원가량 확대됐다.

별도 재무재표를 기준으로도 매출은 지난해 1분기 3978억원에서 올해 1분기 2905억원으로 26.9% 줄고 영업이익은 31억원 흑자에서 101억원 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아연, 황산 등을 생산하는 제련부문의 실적이 크게 감소하면서 전체 실적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분기 4132억원이었던 제련부문의 매출(연결기준)은 올해 1분기 2918억원으로 29.3%가량 감소했다.


금속가격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아연 가격은 지난해 초 톤당 3000달러에서 올해 초 2500달러대로 하락했고 2월에는 평균 2364달러까지 떨어졌다. 다만 3월 들어서는 2462달러로 반등했고 4월에는 2730달러까지 상승하는 등 조금씩 회복하는 양상이다.

영풍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아연가격 하락에 더해 지난해 말 발생한 안전사고에 따른 부분적인 조업중단에 따라 생산량이 줄면서 실적이 감소했다"며 "연 1000억원씩 투입되는 환경투자 비용 등도 실적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금속가격이 오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라며 "향후 생산량이 회복되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고려아연의 실적은 비우호적인 환경 속에서도 호조를 보였다. 고려아연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2조375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2조5273억원에 비해 6.0% 감소한반면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1457억원에서 올해 1분기 1845억원으로 26.6% 오르며 수익성이 개선됐다.

별도 기준으로도 매출은 1조8136억원, 영업이익 190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1조8149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549억원) 대비 23.1% 급증했다.

연(납) 생산 및 매출 확대와 귀금속 가격 상승, 제조원가 감소, 환율 상승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아연 가격 하락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매출 원가 감소와 제련소 경비 절감 노력, 환율에 따른 추가 이익 효과 등으로 수익성이 개선했다"며 "아울러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집 등으로 귀금속 가격 전반이 상승했다는 점도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연과 연의 가격 상승 추세에 더해 귀금속 수요 증가 흐름도 지속할 것으로 전망돼 견조한 실적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