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외벽에 주택담보대출 상품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뉴시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외벽에 주택담보대출 상품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뉴시스

오는 30일 22대 국회가 개원하는 가운데 171석으로 최다 의석수를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이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뒤로 밀리면서 보다 낮은 금리의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차주들이 늘고 있어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을 덜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9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 첫 민생 법안으로 중도 상환 수수료 면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고금리 기조 속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 오완화를 위한 조치다.

중도상환수수료는 금융 소비자가 대출을 조기상환할 때 고객에게 부과되는 벌칙금 성격의 수수료다. 은행은 고객 예금을 다른 고객에 대한 대출금으로 운용하고 대출이자를 벌어들여 예금이자를 지급하는데 중도상환이 이뤄지면 이같은 자금운용에 차질이 빚어져 손실을 충당하기 위해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한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원칙적으로는 부과가 금지되고 있지만 소비자가 대출일부터 3년 내에 대출을 상환할 경우 예외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 부과가 가능하다.


주요 시중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율을 상품별로 보면 주담대는 1.2~1.4%, 신용대출은 0.6~0.8%를 부과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더 낮은 금리의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차주들이 늘고 있다. 중도상환수수료로 은행이 벌어들이는 금액은 연간 3000억원가량에 이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 수입은 2020년 3844억원, 2021년 3174억원, 2022년 2794억원, 2023년 상반기 1813억원 등이다.

민주당은 정책모기지와 정책금융기관부터 선제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현재도 일부 은행은 모바일전용 신용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를 할인하고 있다. 일부 인터넷전문은행은 중도상환수수료를 전면 면제하고 있다.

이에 은행 간 중도상환수수료 인하 경쟁에도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가 활발해진 가운데 차주들은 더 낮은 금리로 대환하는 과정에서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면 부담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대출자들이 낮은 금리의 상품으로 빈번하게 갈아타는 '금리 쇼핑'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있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사라지면 은행들은 자금 운용 리스크를 금리에 선반영해 오히려 대출금리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5일 '주택담보대출 중도 상환 수수료에 대한 고찰과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중도 상환 수수료를 지나치게 낮추는 정책은 금융 기관과 차주 간 효율적인 계약 체결을 저해함으로써 소비자 후생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론적으론 중도상환 확률이 낮은 차주가 중도상환수수료를 부담하는 대신 비교적 낮은 대출 금리를 받을 수 있는데 중도상환수수료 수준을 지나치게 제약할 경우 대출금리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권 연구원은 "중도상환수수료 수준을 일방적으로 낮추기보다 중도상환수수료 체계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정책이 소비자에게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