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양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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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열풍이 전 산업군을 휩쓰는 가운데 콘텐츠 업계는 이를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고 있다. AI가 가진 한계를 경계하면서 보조자로서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SK플래닛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전윤호 작가는 14일 '2024 콘텐츠산업포럼'에서 AI와의 공생과 창작의 미래를 논했다. AI는 막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와 대학교 논문까지 작성할 정도로 기술력이 올라왔다는 시각이 많다. 점차 AI를 활용해 창작하는 시도들이 늘고 있지만 저작권 문제나 예술 작품에 필요한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전윤호 작가는 "AI는 빠르지만 직관적이고 무의식적"이라며 "AI 언어모델은 의식적인 생성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이슈를 여러 번 멘트한 교수처럼 순간적으로 말이 나오지만 복선이나 반전을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스토리를 구성하는 데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화자를 지칭하는 영어소설엔 강점을 갖지만 대화로 화자를 구분하는 한국어 소설에는 약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현 AI 서비스들은 미국쪽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한계가 따른다.

전 작가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AI의 보조 기능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글을 생성하는 부분에만 쓸 수 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작가의 창작은 브레인스토밍, 사전조사 등 기초 작업이 많다"며 "이런 부분은 챗GPT 같은 AI가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AI가 조수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전 작가는 "사전조사 등 일련의 과정을 조수로서 도와주는 AI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AI는 출판사, 플랫폼, 독자도 도와줄 수 있다"고 했다.

AI를 무분별하게 사용해 발생하는 폐단도 꼬집었다. AI로 글쓰는 게 쉬워지면서 품질 낮은 작품들이 투고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미국에선 저품질 콘텐츠가 많아져 AI 걸러내는 툴이 마련되고 나서야 투고가 재개되는 사례가 있었다.

AI는 창작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줄 수 있다. 개연성 떨어지는 부분이나 다른 검토 사항을 AI가 맡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작가는 "많이 검토해야 하는 작업을 단축한다"고 했다.

독자들에게도 AI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 작가는 "사람마다 비중 두는 부분이 다른데 이러한 부분을 AI가 평가해서 보여주면 독자들이 원하는 작품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며 "AI가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을 추천해주고 왜 좋아하는지 설명도 해줄 수 있다"고 했다.

AI는 창작을 꿈꾸는 사람들의 진입장벽을 낮춰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작가는 "저 역시 수십년간 엔지니어로 살다가 SF 소설을 쓴다니 황당한 사람 있었다"며 "글쓰기 훈련도 안됐지만 아이디어나 소재를 가진 사람들의 재밌고 독착적인 콘텐츠가 나오는 데 AI가 문턱을 낮춰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