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 앞 열린광장에서 은행 직원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축하하는 현수막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뉴스1
16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 앞 열린광장에서 은행 직원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축하하는 현수막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뉴스1

대구은행이 출범 후 57년 만에 시중은행 간판을 달았다. 1967년 설립 후 처음으로 대구지역을 벗어나 전국구 영업을 하게 됐다.

은행권은 대구은행이 은행권의 과점 구도를 깰 '금융메기'가 될 것이란 기대와 '무늬만 시중은행'에 그칠 것이란 우려를 내놓는다. 대구은행의 체급이 시중은행 보다 6분의1 수준에 불과한 데다 가파른 성장으로 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DGB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다. 신청일 기준 자본금은 7006억원, 새 사명은 'IM뱅크'다.

대구은행의 1분기 기준 총자본은 약 4조9857억원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총자본은 23조~36조원대로 5배가 넘는 수준이다. 대구은행의 1분기 총자산 규모 역시 79조6291억원으로 400조~500조원대 규모인 5대 은행의 6분의1 수준이다. 자산규모가 가장 작은 NH농협은행(410조2298억원)의 약 20%에 불과하다.

점포가 없는 인터넷은행과 영업실적도 비슷하다. 카카오뱅크는 올 1분기에만 70만명 이상의 신규 고객을 끌어모으며 고객 수가 2300만명을 넘어섰다.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8% 늘어난 1484억원을 기록, 153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대구은행을 바짝 뒤쫓았다.


은행 간 대출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대구은행의 건전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구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 3월말 기준 11조8033억원으로 지난해말(10조5511억원)에 견줘 11.9% 증가했다. 1년 전(8조9349억원)과 비교하면 32.1% 늘면서 같은 기간 기업대출 증가율(6.0%, 1조9109억원)을 크게 앞섰다.

전체 원화대출 중 주담대 비중은 17.7%에서 21.2%로 3.5%포인트 틀었다. 가파른 대출 증가에 연체율은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 1분기 0.27%였던 가계대출 연체율은 1년 새 0.20%P 오른 0.47%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충당금 전입액도 237억원에서 99% 늘어난 47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연체율은 0.05%P 상승하고, 관련 충당금 전입은 30% 증가에 그쳤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로 불리는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16.53%에서 올 1분기 말 16.40%로 1분기 만에 0.13%포인트 하락했다. 보통주자본비율(CET1)도 0.08%포인트 내린 13.51%를 기록했다.

취약한 내부통제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지난해 8월 대구은행에서 56개 영업점 직원 111명이 고객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고객 1547명 명의의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 1657건을 임의 개설한 금융사고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지방소재 기업인 대구은행이 주요 고객이 몰려있는 수도권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발휘할지도 미지수다. 대구은행은 향후 3년간 수도권 및 강원·충청 등에 영업점 14개를 신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수도권 영업을 통해 이익창출 능력을 제고하고 이를 지역소재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은행 관계짜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금리경쟁력, 영업기반 등을 강화할 수 있으나 인지도를 높이고 자본을 대형은행 수준으로 확대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