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공사비 증액분을 놓고 쌍용건설과 협의 대신 소송으로 대응하면서 법정 다툼이 현실이 됐다. 사진은 지난해 KT 판교 신사옥에서 쌍용건설 임직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쌍용건설
KT가 공사비 증액분을 놓고 쌍용건설과 협의 대신 소송으로 대응하면서 법정 다툼이 현실이 됐다. 사진은 지난해 KT 판교 신사옥에서 쌍용건설 임직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쌍용건설

지난해부터 이어진 쌍용건설과 KT의 공사비 갈등 문제가 결국 소송전으로 번졌다. 최근 KT는 경기 판교 신사옥 시공사인 쌍용건설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쌍용건설뿐 아니라 KT와 공사비 인상을 놓고 대립하던 건설업체들도 KT와의 합의에 대한 기대가 물건너갔다는 분위기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글로벌세아그룹 쌍용건설에 대한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소송과 관련해 KT 측은 "쌍용건설에 계약된 공사비를 모두 지급했고 의무 이행을 완료했다"며 "쌍용건설의 추가 비용 요구에 대한 지급 의무가 없다는 '채무부존재'를 법원으로부터 확인받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T와 쌍용건설이 맺은 KT 판교사옥 공사계약은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이 없다는 내용의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포함하고 있다. KT는 판교사옥 건설 과정에서 쌍용건설 요청에 따라 공사비를 조기에 지급했다고 밝혔다.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45억5000만원), 공기연장(100일) 요청 등도 수용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쌍용건설은 2020년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각종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공사비가 폭등해 공사 손실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증액 비용을 공사비에 반영해 달라는 게 쌍용건설의 요청이다.

쌍용건설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감염병과 전쟁이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예외 사유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건산법 제22조 5항 1호는 '경제 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의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아니하거나 그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경우' KT가 주장하는 '물가변동 금지특약'을 무효로 할 수 있다.


KT 관계자는 "(쌍용건설과 공사비 분쟁은) 파급 효과를 고려했을 때 회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이에 법원의 판단을 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KT 측은 쌍용건설과 공사비 추가 인상 문제를 놓고 협의를 이어갔지만, 금액 절충 부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KT 관계자는 "쌍용건설에 상생협력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설명했다.

쌍용건설 측이 추가 공사비 171억원을 지속해서 요구함에 따라 KT는 계약상 근거 없는 요구라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KT가 쌍용건설과 법정 다툼을 선포하면서 유사 공사 현장들도 긴장이 고조됐다.

쌍용건설의 시공 현장 외에 KT 측과 공사비 분쟁을 겪는 곳이 더 있기 때문이다. KT와 공사비 증액 합의를 기대했던 건설업체들은 줄줄이 소송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신공영은 KT 자회사 KT에스테이트와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 오피스텔의 공사계약을 체결했고 약 140억원의 추가 공사비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한 상태다.

롯데건설은 서울 광진구 자양1재정비촉진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을 진행하며 1000억원대 공사비 증액분이 발생했다. 현재 공사 진행 중인 상황으로 향후 준공 시점에 KT 측과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