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제품 창고에 수출을 앞둔 열연 제품들이 쌓여있다. /사진=뉴스1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품 창고에 수출을 앞둔 열연 제품들이 쌓여있다. /사진=뉴스1

불황으로 철강사들의 실적이 급감하면서 협상 중인 조선용 후판(두께 6㎜ 이상 철판) 가격이 주목된다. 큰 폭으로 실적이 꺾인 철강사들이 후판 가격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받아들여지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 중인 철강사와 조선사가 이견으로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철강사들은 실적 악화를 근거로 후판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조선사들은 상승세를 거듭해온 후판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철강업계는 글로벌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실적이 꺾였다. 포스코홀딩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58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3% 감소했다.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333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83.3% 줄었다. 앞으로도 철강 수요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연간 실적은 더 큰 폭으로 꺾일 전망이다.

조선사들은 13년 만에 동반 흑자를 기록하며 실적 개선을 가속화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은 각각 1602억원과 52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고 삼성중공업은 77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실적 부진에 빠진 철강사들은 후판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원가 측면에서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수입되는 후판 가격이 굉장히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회사의 수익성과 장기적인 고객 관계를 고려해 협상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철강사들은 그동안 실적 악화와 원가 상승을 근거로 가격 인상을 요구해 왔으나 철강사들의 협상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시장은 수입 후판이 유입되면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조선사들은 고급후판은 한국 철강사들의 제품을 쓰고 있지만 일반후판은 이미 수입산을 일부 사용하고 있다.

국산 조선용 후판 판매량은 2021~2022년 360만톤 수준을 유지했으나 지난해는 330만톤대로 줄었다.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2022년 44만톤, 2022년 81만톤, 지난해 130만톤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철광석 가격이 하락한 것도 철강사들의 협상력을 약화하는 요인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철광석의 톤당 시세는 이달 100.36달러로 지난해 12월(136.31달러) 대비 26.3% 하락했다.

후판가격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후판은 2022년 상반기 톤당 120만원 선까지 상승했으나 지난해 하반기 90만원대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 조선업계 내부에서도 후판 가격이 인하될 것이란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코너에 몰린 철강사들이 가격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