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의 올 1분기 실적이 모두 공개됐다. 사진은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배터리.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국내 배터리 3사의 올 1분기 실적이 모두 공개됐다. 사진은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배터리.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의 올 1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악화했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기)과 리튬 등 메탈 가격 하락으로 인해 수익성이 줄어든 영향이다.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은 업황이 개선되는 올 하반기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 1분기 매출 6조1287억원, 영업이익 157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9.9%, 75.2% 줄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첨단세액공제(AMPC) 수혜(1889억원)를 뺀 올 1분기 영업손익은 316억원 적자로 사실상 영업손실을 거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분기부터 4분기까지 분기마다 ▲1003억원 ▲1109억원 ▲2155억원 ▲2501억원 등의 AMPC 혜택을 받은 바 있다.


삼성SDI의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조1309억원, 267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2%, 28.8% 축소됐다. P5, P6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로 자동차 전지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었으나 모빌리티 중심의 고객사 재고 조정 영향으로 원형 전지 매출이 감소했다. 삼성SDI가 받은 AMPC 혜택은 467억원이다. 삼성SDI 실적에 AMPC가 반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온은 같은 기간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적자를 이어갔다. SK온의 올 1분기 실적은 매출 1조6836억원, 영업손실 3315억원이다. 2023년 1분기 대비 영업손실이 3.8% 개선됐으나 매출은 49.1% 급감했다. AMPC 수혜 규모는 역대 최저 수준인 385억원에 그쳤다. SK온의 2023년 2~4분기 AMPC 수혜 규모는 각각 ▲1670억원 ▲2099억원 ▲2401억원 등이다.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 부진은 전기차 업황 둔화 영향이다. 전기차 판매가 감소하면서 고객사들이 재고 조정에 들어갔다. 배터리 업체들은 수급을 맞추기 위해 공장 가동률을 축소했고 AMPC 수혜 규모가 감소했다. AMPC 의존도가 높았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실적 악화 폭이 컸던 배경이다.


리튬 등 메탈 가격이 하락한 것도 실적 악화 요인으로 꼽힌다. 메탈 가격은 통상 3~6개월가량의 시차를 두고 배터리 판가에 반영된다. 메탈 가격이 내리면 판가도 하락하는 구조다. 배터리 원료로 사용되는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해 3분기 말(9월27일) kg당 153.5위안에서 4분기 말(12월29일) 86.5위안으로 43.6% 내렸다.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 반등은 올 하반기 이뤄질 전망이다. 현대자동차·포드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올 하반기 신규 모델 출시를 계획한 덕분이다. 신규 모델을 중심으로 차량 수요가 증가하면 배터리 업체들의 제품 판매량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공장 가동률 상향으로 인한 AMPC 수혜 확대도 기대된다.

올 1분기 안정화된 메탈 가격은 올 하반기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탄산리튬 가격은 올해 초 kg당 86.5위안에서 지난달 말 109.5위안으로 26.6% 상승했다. 올 2분기까지는 메탈가 하락에 따른 판가 변동 영향이 남아있고 하반기부터 부정적 요인이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