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이 2일 이천 본사에서 ‘AI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이 2일 이천 본사에서 ‘AI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SK하이닉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능력(캐파)을 대폭 확대면서 공급과잉 우려에 선을 그었다. HBM의 시설 투자가 고객사의 수요에 기반해 이뤄지는 만큼 공급 과잉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곽 사장은 2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AI 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HBM 시장 공급과잉 우려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HBM은 기존 규격화된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커머디티와는 다른 측면이 있어 고객 수요를 기반으로 투자를 집행한다"며 "공급과잉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HBM4(6세대 HBM) 이후로는 커스터마이징(맞춤형) 니즈가 트렌드화되고 결국은 점점 더 수주형 성격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과잉공급 리스크는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HBM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곽 사장은 "올해 HBM 시장은 여전히 성능 향상을 위한 모달리티 확대 등으로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연평균 60% 수요성장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다.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했으며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혁신을 거쳐오는 동안 시장의 과반을 점유하며 선두 자리를 지켜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 수준이다.


다만 HBM3E부터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도 본격적으로 양산에 돌입하고 생산능력도 대폭 확대하면서 경쟁이 예상된다. 리더십을 유지할 전략에 대해 곽 사장은 "국내외 경쟁사 모두 높은 기술 역량을 갖고 있고 잘할 수 있는 포텐셜 있다"고 평가하면서 "자만하거나 방심하지 않고 고객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니즈에 부합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을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종환 D램개발 담당 부사장은 "HBM 시장이 굉장히 커지면서 고객사도 한 곳의 공급사만 바라보긴 불안할 것"이라며 "경쟁사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좋은 제품을 많이 만들어내는 게 안정적인 시장 선순환 구조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HBM과 관련해선 최고 기술력 가졌고 고객이 요구하는 시점에 맞춰 적기에 최고 기술과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며 "최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능 수율 품질 높여가고 프리미엄 수요에 대응하면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곽 사장은 HBM은 고객사와의 네트워킹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AI 반도체는 범용 반도체 기술역량에 더해 고객 맞춤형 성격이 있어 반도체 개발과 시장 창출 과정에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그런 측면에서 최태원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킹이 글로벌 고객사와 잘 갖춰져있어 (SK하이닉스의 HBM 리더십 확보에)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예상되는 자사의 총 HBM 매출이 100억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곽 사장은 "정확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누적매출액은 백수십억달러대를 예상한다"고 답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용인과 청주, 미국 인디애나 등에 잇단 시설투자를 단행하고 잇다. 자금 조달이나 재무 상황에 어려움이 없냐는 질문에 김우현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은 "변화하는 시장에 대처할 수 있도록 제품 수요 전망에 근거해 투자 시기와 규모, 팹별 양산 시점 속도를 유연하게 조절하고 있다"며 "필수 투자 부문에는 영업현금흐름으로 충분이 대응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고 자사의 현금창출 수준과 재무건전성을 고려해서 자금조달을 진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