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슈퍼사이클을 맞은 최지용 현대힘스 사장이 회사 실적 개선에 고삐를 죄고 있다. /사진=최유빈 기자
조선업 슈퍼사이클을 맞은 최지용 현대힘스 사장이 회사 실적 개선에 고삐를 죄고 있다. /사진=최유빈 기자

"불황에도 투자할 수 있었던 건 슈퍼사이클이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 덕분이었죠."

현대힘스 포항공장에서 최근 만난 최지용 사장은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회사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선박 곡블록 및 조선기자재 기업 현대힘스는 HD한국조선해양 3사(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슈퍼사이클 맞은' 현대힘스, 실적 개선 박차

조선업에 슈퍼사이클이 돌아오면서 현대힘스는 지난해 영업이익률 7%대를 기록하며 실적 개선을 가속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힘스의 매출은 1892억원으로 전년 1448억원 대비 30.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억원에서 145억원으로 285.0% 뛰었다. 영업이익률도 2.6%에서 7.7%로 늘었다.


최 사장은 "지난해 실적이 예상보다 잘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선제 투자 효과 덕분"이라며 "공장 매입 당시에만 해도 물량이 없어 무리하게 증설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공장 완공 두 달도 되지 않아 물량을 다 채웠다"고 밝혔다.

현대힘스는 선제 추진한 공장 증설로 슈퍼사이클 수혜를 한몸에 받았다. 2022년 포항2공장과 대불3공장을 인수해 선박 곡블럭 생산 케파를 확대했다. 이듬해에는 포항공장 엔진룸 구획 작업장을 확대했으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상단 데크를 수주하기 위한 시설 투자를 단행했다. 포항2공장과 대불3공장의 생산량은 2022년 2만톤에서 2023년 4만1000톤으로 105% 증가했고, 올해도 4만5000톤 이상이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최 사장은 "생산량이 늘면서 고정비 흡수 효과가 발생했다"며 "2019년부터 진행해 온 원가 절감 활동도 자리 잡으면서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조선업이 본격적인 호황에 접어들면서 현대힘스의 실적 개선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수주목표 157억4000만달러(21조7000억원)를 일찌감치 초과해 223억2000만달러(30조7600억원)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도 이미 수주목표(135억달러·18조6200억원)의 76%를 달성했다. 최 사장은 "주요 고객사인 HD한국조선해양의 수주 행진으로 현대힘스의 모든 공장이 안정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며 "고객사의 적절한 단가 인상으로 수익성 측면에서도 전년 대비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질적인 문제인 인력 수급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정부가 조선업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인력 도입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현대힘스는 지금까지 E7, E9 비자로 총 350명을 충원했다. 포항공장은 안정적인 인력 수급을 위해 지난 1월 신축 기숙사를 완공, 기존 숙소와 더불어 외국인력 포함 협력사 작업자 1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최 사장은 "포항은 조선업이 주류가 아니기 때문에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두 개의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며 "아직 기존 대비 20~25%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2025년 공장 가동률을 10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공장별 가동률은 냉천과 대불이 90%, 포항이 80% 등이었다.

독보적인 고객사와의 '신뢰'

최지용 현대힘스 사장. /사진=최유빈 기자
최지용 현대힘스 사장. /사진=최유빈 기자

현대힘스의 강점은 고객사인 HD한국조선해양과의 확고한 신뢰다. HD현대중공업 자회사로 출발한 현대힘스는 2008년 창사 이래 16년 동안 100% HD현대 물량만을 소화하고 있다. 고객사와 동일한 생산시스템, 공법, 품질 기준 등을 사용해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최 사장은 "편중된 매출처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신뢰가 필수인 조선업에서만큼은 예외"라며 "현대힘스는 고객사에 발생한 공정 문제 해결과 고난도 품목 생산 등을 지원해 고객사의 든든한 사외 제작사로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우수한 품질과 철저한 납기 준수로 현대힘스는 HD한국조선해양의 사외 제작 물량 배정에서 우선순위에 있다. 올해는 HD현대삼호가 사외 제작으로 배정한 물량의 50%를 현대힘스에서 처리하고 있다.

최 사장은 "오랜 경험으로 축적된 현대힘스의 생산관리 능력, 창사 때부터 함께 해온 사내협력사들과의 유기적인 협업, 고숙련 전문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회사의 경쟁력"이라며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앞으로도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힘스는 전문화 공장을 통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비슷한 블록을 반복 생산하면 작업자들의 숙련도가 향상되고 고정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현대힘스의 대불2공장은 HD현대삼호에서 연간 생산하는 엔진룸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 포항2공장은 HD현대중공업의 LNG 운반선 상단 데크를 제작한다.

최 사장은 "현대힘스가 생산하는 엔진룸은 복잡한 공정 탓에 다른 공장에서는 수익성이 안 좋은 품목으로 꼽힌다"며 "현대힘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엔진룸 전문화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직원들 모두 해당 공장을 만든 것에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힘스는 HD현대중공업과 구축한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타사 제품을 제작하는 사외제작사와 달리 현대힘스는 HD한국조선해양 3사와만 거래하고 있어 고객사에서도 현대힘스를 믿고 기술 이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HD현대중공업은 현대힘스에 자체 개발한 지능형 용접 시스템 기술을 이전했고, 현대힘스는 올해 1월부터 지능형 용접기 25대를 구입해 소조립 공정에 적용하고 있다.

'친환경 선박' 시장 대비 박차

현대힘스 포항공장. /사진=최유빈 기자
현대힘스 포항공장. /사진=최유빈 기자

최 사장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운 환경 규제에 따라 친환경 선박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MO는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08년 대비 30% 감축하고 2040년에는 70%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HD한국조선해양도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현대힘스는 LNG·LPG에서 암모니아·액화이산화탄소·액화수소로 이어지는 가스 운반선 시장 성장에 선제 대응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최 사장은 "친환경 선박 시장 중에서도 가스선에 주목하고 있다"며 "가스 운반선이 급속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해 신성장 동력으로 선박 독립형 탱크 전문화 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힘스는 올해 중 10만평 규모의 부지를 확보하고 연 15척 규모의 독립형 탱크 전문 생산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2026년 4분기 생산을 본격화해 탱크 사업 주도권을 쥐겠다는 목표다.

지속 가능한 경영으로 직원들의 고용 안정성도 높인다. 최 사장은 "현대힘스 직원들이 퇴직 걱정 없이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30년, 100년 후에도 안정적으로 회사의 명맥이 이어지는 튼튼한 회사로 만들기 위해 선제 투자를 단행하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회사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미래 경영 방향에 대해 "현대힘스가 어떤 미래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확고한 이익구조를 확보할 것"이라며 "스피드 경영을 공고히 하고 최적의 생산시스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