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농협은행 고객행복센터 센터장./사진=머니S 강한빛 기자
김성훈 농협은행 고객행복센터 센터장./사진=머니S 강한빛 기자

[인터뷰] 김성훈 농협은행 고객행복센터장

#. "어머니 오늘 날씨가 좋네요. 식사는 하셨어요? 몸은 괜찮으신지 모르겠네요" 농협은행 고객행복센터 상담사 김수현(가명)씨는 업무 중 잠깐 짬이 날 때면 말벗 서비스 담당인 이진숙(가명) 할머니에게 안부 전화를 건다. 분명 지난주에도 통화했는데 할머니께 전화를 걸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게 된다는 설명이다. 식사는 하셨는지, 불편한 곳은 없는지 그리고 요즘 할머니가 즐겨 보시는 드라마 이야기까지 나누다 보면 괜스레 마음이 놓인다는 김씨다.

"모든 삶 속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혼자 알고만 있기 아쉽다는 생각도 들고요"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NH농협은행 고객행복센터에서 만난 김성훈 센터장은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 번 연을 맺으면 상담사들은 퇴직할 때까지, 어르신들은 돌아가실 때까지 이어 간다"며 "전화 한 통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게 참으로 신기하다"고 설명했다.

전화 한 통의 힘… "직원들이 더 좋아해"

그래픽=이미지투데이
그래픽=이미지투데이

농협은행은 2008년부터 17년째 70세 이상의 어르신이나 혼자 사는 어르신에게 고객행복센터 상담사가 전화로 말벗이 되는 '말벗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3월 말 기준 상담사는 592명, 말벗 어르신은 총 713명으로 상담사 한 명당 한 명 혹은 두 명의 어르신과 연결된다.

말벗상담은 일주일에 많게는 3번 정도 이뤄진다. 상담사들은 콜센터 업무가 유독 몰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주 업무를, 오후 3시 이후부터 퇴근 전까지 틈틈이 어르신께 전화를 건다.

식사는 하셨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어르신들의 어려움을 묻는 대화가 대부분을 이루지만 관계가 깊어진 상담사와 어르신은 할머니와 손자처럼, 혹은 부모와 자식 간 나눌법한 친근한 대화를 하곤 한다. 노인을 타깃으로 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많은 만큼 보이스피싱 예방법 등을 알려드리기도 한다.


김 센터장은 "가끔 상담사들이 우스갯소리로 '우리 부모님에게도 이렇게는 못 한다'고 말할 정도"라면서 "어느 직원은 어르신과 통화 중 노래를 불러드린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17년째 말벗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었던 데엔 상담사들의 노고가 컸다며 치켜세웠다. 그는 "상담사들의 자발적 참여로 말벗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의미가 깊다"며 "상담사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격려할 수 있도록 시상은 물론 후기 공모전 등을 기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목소리에서 눈맞춤으로… "어르신들 위한 농협 될 것"

김성훈 농협은행 고객행복센터 센터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말벗어르신(가운데)을 비롯한 참여자들이 말벗어르신 댁에서 진행한 우리농산물 꾸러미 나눔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NH농협은행
김성훈 농협은행 고객행복센터 센터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말벗어르신(가운데)을 비롯한 참여자들이 말벗어르신 댁에서 진행한 우리농산물 꾸러미 나눔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NH농협은행

말벗서비스는 작은 상담 부스 안에서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상담사들과 고객센터 직원들은 직접 어르신들을 찾는 나눔 행사도 진행 중이다. 평소 목소리를 통해 만나던 어르신들과 눈빛을 주고 받고 온기를 나눌 수 있도록 어르신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해 말 김 센터장은 상담사들과 말벗어르신 100명에게 우리농산물로 구성된 꾸러미를 직접 전달했다. 김 센터장은 "명절마다 어르신들 댁으로 상담사 한 명 한명의 이름을 적은 선물 꾸러미를 보낸다"며 "이를 본 어르신들은 정말 선물을 받은 것 같다는 말을 해주시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르신들과 직접 만나뵙는 자리를 늘리기 위해 꾸러미를 직접 배달하거나 찾아 뵙고 집안 청소를 돕는 일도 하고 있다"며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후원 및 봉사활동을 기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말벗서비스를 통해 인생을 또 한 번 배운다는 설명이다. 그는 "어르신들 중엔 과거 6·25전쟁 참전 용사부터 시작해 다양한 인생의 경험을 갖고 계셔 대화를 나누다 보면 우리나라 현대사를 경험하게 된다"며 "어르신들 덕에 우리나라가 만들어졌다는 감사함이 크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거다. 김 센터장은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묶어 역사책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면서 "말벗서비스가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라도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이야기와 상담사들의 목소리를 기록한 책자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