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마더보드 위에 엔비디아 로고./사진=로이터
컴퓨터 마더보드 위에 엔비디아 로고./사진=로이터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엔비디아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엔비디아 사랑에 다시 불이 붙었다. 미국 인공지능(AI) 관련 빅테크 기업들의 호실적과 이들 기업이 대규모 AI 투자에 나선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면서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서학개미)는 지난주(4월22일~26일) 6896만달러(약 950억원) 규모의 엔비디아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달 들어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50위 내 진입은 이 기간이 처음이다. 엔비디아는 이 주에 순매수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달 1일 기준 903.63달러였던 주가는 19일 762.00달러까지 하락했다. 이 기간 엔비디아의 주가는 16% 가까이 빠졌다. 이는 ASML, TSMC, 슈퍼마이크로컴퓨터(슈마컴) 등 관련 기업들의 악재에 영향을 받았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지난 17일 어닝쇼크 수준의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했고 18일 대만 TSMC가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성장률을 기존 20%에서 10% 중후반대로 낮췄다. 여기에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받아 서버를 만드는 슈마컴은 예정된 1분기 잠정 실적 공개를 미루면서 반도체 업황 개선 분위기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미국의 빅테크가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고 AI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AI 최대 수혜주 엔비디아 주가도 회복세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경우 올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 증가한 618억6000만달러, 알파벳은 같은 기간 15% 증가한 805억4000만달러를 각각 올렸다. 메타플랫폼도 최근 AI에 대한 투자 규모를 300억~370억달러에서 350억~400억달러로 올려잡았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투자 은행 UBS는 엔비디아의 목표 주가를 주당 800달러에서 1100달러로, 모건스탠리는 기존 795달러에서 1000달러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투자자들은 엔비디아의 다음 달 22일 1분기 실적 발표도 주목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올 1분기 240억달러의 매출을 가이던스로 제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221억7000만달러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내놓을 AI 반도체의 비전과 관련한 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에도 애플·아마존·AMD 등 빅테크의 실적 발표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며 "이런 기업의 실적이 AI 산업의 성장성을 둘러싼 불안감을 해소해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