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에 설탕 시럽을 발라 굳혀 먹는 탕후루가 인기를 끌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과일에 설탕 시럽을 발라 굳혀 먹는 탕후루가 인기를 끌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탕후루'는 과일에 설탕 시럽을 발라 굳혀 먹는 중국식 간식이다. 지난해 초부터 초등학생을 비롯, 젊은 세대에서 큰 인기를 끌며 탕후루 매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보기에 좋고 먹을 때 맛은 있지만 지나치면 건강을 위협한다. 설탕 시럽이 묻은 꼬치와 종이컵 쓰레기도 골칫덩이다. 1년여가 지난 지금은 탕후루 인기가 식은 데다 과일값마저 치솟으면서 매물로 나온 탕후루 매장이 늘고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상황이다.


자동차업계의 택시 모델도 탕후루 같은 양면성이 있다. 택시로 출시하면 해당 모델은 일정 수준 판매량이 보장된다. 제조사 입장에선 충분한 물량을 확보함으로써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캐시카우' 역할을 기대하고 출시를 결정하는 것이다.

과거 현대자동차가 중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점유율을 높인 것도 '택시' 판매 덕분이다. 2002년 현대차는 베이징시 표준택시로 선정되며 아반떼XD(현지명 엘란트라)가 도로를 점령하기도 했다. 저렴한 가격과 나쁘지 않은 성능으로 현지시장에서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현지에서 고급화를 추구하려던 현대차는 오히려 택시 이미지 때문에 역효과를 봤다. 내수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중국인들의 눈높이는 꾸준히 높아졌다.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고가 자동차 시장을 장악했고, 중국 현지 브랜드가 저가 시장을 점령했다. '가격 대비 좋은 성능'을 앞세운 현대차는 설 자리를 잃었다.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설치에 반발한 중국의 보복으로 인한 정치적 이슈도 영향을 미쳤지만 현지에서는 택시 투입 이후 전략 수립에 실패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단종된 LF 쏘나타 /사진=현대차
단종된 LF 쏘나타 /사진=현대차


국내에서도 택시 모델 투입으로 인한 반발이 가장 심했던 건 현대차 YF쏘나타(6세대)였다. 굴곡이 깊이가 역대급일 정도로 '파격적 시도'가 적용된 디자인을 갖춘 덕분에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던 차였다. 하지만 화려한 겉모양을 갖춘 차종을 택시 모델로 판매하면서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일종의 '시각 공해'라는 지적까지 받았다.

이후 디자인을 차분하게 바꾼 LF쏘나타(7세대)를 택시 전용으로 생산하되 신형 쏘나타(8세대, DN8)부터는 택시 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타격은 컸다. 월 판매량 1만대를 거뜬히 넘기며 국내 판매 1위 차종으로 군림해온 쏘나타는 판매량이 절반을 한참 밑돌며 자존심을 구겼다. 대신 그랜저와 함께 아이오닉5 등의 택시 모델 판매가 늘어났지만 택시업계는 울며 겨자먹기로 값이 비싼 차를 사야 해서 불만이 많았다.

결국 쏘나타는 또다시 택시로 출시됐다. 이번엔 국내공장이 아닌 중국 베이징공장에서 생산한 신형 쏘나타(DN8)의 택시 전용 개조 모델이다. 가동률이 떨어진 중국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면서 국내 수요를 공략하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판매량이 많지 않은 차종인 만큼 일반 소비자 반발이 크지 않을 것이란 계산도 깔렸다.

길이를 늘리는 등 나름 전용 모델로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양산형 모델의 택시 투입은 확실한 효과 만큼이나 부작용도 적지 않음을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영국 런던택시. 블랙캡으로 불린다. /사진=로이터
영국 런던택시. 블랙캡으로 불린다. /사진=로이터

택시 등 영업 목적 이동수단은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범주에 포함된다. 누구나 쉽게 이용 가능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핵심가치다. 영국과 일본에서는 택시 전용모델을 내놓음으로써 양산형 차종과 간섭을 줄이고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를 굳혔다.

택시회사는 합리적인 가격을, 택시 운전자는 편한안 운전을, 비용을 지불하는 승객은 쾌적하고 넉넉한 공간을 원한다. 국내 완성차업체도 당장의 달콤한 유혹에 빠지기보다 본질에 충실한, 미래를 대비한 전략과 비전을 보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