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폰카는 멋이 없어"… 사진에 진심인 '포토프레스 세대'

'포토프레스 세대'는 사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사진은 다양한 종류의 카메라. /사진=사파사진학원 제공

'포토프레스 세대'가 등장하면서 인류는 역사상 가장 많은 사진을 찍고 있다. 포토프레스 세대란 사진을 통해 자신을 기록하고 표현하는 세대를 의미하는 신조어다. 이제는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이 밤하늘의 달을 선명하게 담아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사진은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의 발전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확산이 맞물리며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다.

대표적인 SNS인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창업자는 고등학생 때 사진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대학교 3학년 때는 이탈리아로 사진 연수를 떠나는 등 사진을 좋아했다. 그가 만든 인스타그램은 지난 1분기 카카오톡에 이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앱) 자리에 올랐다.


태어났을 때부터 디지털 매체를 사용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하루에도 수십~수백장의 사진을 찍는다. 이제 사진은 여행이나 기념일 등 특별한 순간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휴대폰에 전면 카메라가 부착되면서 시작된 '셀카'(셀프카메라)부터 포토부스까지 사진은 이제 유행을 넘어 문화로 자리잡았다.

시작은 '셀카'… 포토부스부터 필름카메라까지

최근에는 거리 어디서나 포토부스를 접할 수 있다. 사진은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주연을 맡은 배우 김지원과 김수현(왼쪽), 포토이즘이 출시한 유병재 프레임. /사진=tvN드라마 인스타그램, 유병재 인스타그램 캡처

"친구들과 그날 분위기 그대로 간직할 수 있어서 좋아요."

대학생 이모씨(여·26세)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포토부스를 찾는다. 이씨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 때마다 포토부스에서 사진을 찍어 그날을 기록한다.


그는 "말 그대로 진짜 사진이 인화돼 나와서 좋다"며 "스마트폰으로 너무 많은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 순간 그 사진들을 보지 않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이 사진을 다시 스마트폰으로 찍긴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포토이즘, 인생네컷 등 포토부스는 지난 몇 년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최근 연예계에서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또 좋아하는 유명인과 함께 사진을 찍는 듯한 프레임이 출시돼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이씨는 인화된 사진들을 방 한쪽 벽에 붙여 추억으로 간직한다. 하지만 젊은 세대에게 SNS 활동은 빼놓을 수 없다. 이씨는 "인화된 사진 옆의 큐알코드를 찍으면 스마트폰에 저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선 새로운 신발을 사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자랑하듯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 것이 당연한 문화다.

필름 카메라의 인기에 따라 다양한 필름 현상소들이 등장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을지로 한 필름 현상소 내부 모습. /사진=최문혁 기자

지난해 필름카메라를 들고 떠난 제주도 여행을 시작으로 필름카메라의 매력에 빠졌다는 정모씨(남·30세)는 '불편함'을 필름카메라의 매력으로 꼽았다. 정씨는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현상소에서 인화하기 전까지 사진을 볼 수 없다"며 "진짜 사진을 손으로 만지도록 하는 강제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글보다 이미지가 흔해진 시대에서 그는 '진짜 사진'의 소중함을 느꼈다.

필름카메라는 필름과 카메라의 종류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을 얻는다. 한 사진작가는 "이전에는 필름카메라의 기계 부품을 직접 만지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며 "요즘은 자기만의 색감과 스타일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름카메라를 찾는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필름카메라의 유행은 자신을 표현하길 원하는 포토프레스 세대의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취미라도 제대로… '폰카'보다 진짜 카메라 찾는 이들

젊은 세대는 취미생활도 전문적으로 하고 싶어한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사파사진학원 전경. /사진=사파사진학원 제공

배움의 기회가 많은 요즘에는 분야를 막론하고 취미생활도 전문가에 가까운 결과물을 추구한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사파사진학원은 지난해 사진 전시 기획반을 새롭게 개강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진전은 전문 사진작가의 영역이었지만 최근에는 공동 전시나 소규모 전시 등 아마추어 작가들도 자기 작품을 전시하며 취미를 즐긴다.

강인모 사파사진학원 원장은 "전시 기획 전문가가 사진 출력부터 액자 구성, 갤러리 계약 등 직접 전시를 기획하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사진 전시 기획반은 지난달 세 번째 전시를 진행하기도 했다.

광고사진가협회 이사진이 후진 양성을 위해 만든 학원으로 시작해 지난 1999년 이름을 바꾼 사파사진학원은 지난 2017년부터 포토그래퍼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강인모 원장이 운영하고 있다. 강 원장은 "사진 비전공자가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커리큘럼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학원을 소개했다.

최근 사진을 즐기는 젊은층은 카메라를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는 것을 넘어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사진은 사파사진학원이 진행한 사진전의 모습. /사진=사파사진학원 제공

사파사진학원에는 사진을 전공할 기회가 없어 다른 업종에 종사하다가 사진에 대한 열망을 포기하지 못하고 방문한 수강생이 많다. 강 원장은 "사람은 누구나 예술적 욕망을 가진다"며 "사진만큼 시작이 쉬운 예술 작업은 없다"고 사진의 매력을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인스타그램 같은 SNS의 발달로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다.

강 원장은 "책이나 전시 등을 통해서만 대중에게 사진을 공개할 수 있었던 전과 달리 지금은 SNS 등 피드백을 받기 쉬운 환경이어서 사진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문적인 포토그래퍼도 인스타그램에 B컷 사진을 올리는 등 자신을 브랜딩하는데 SNS를 활용한다"며 "수강생에게 SNS 활용을 추천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발전에도 카메라를 찾는 현상에 대해 강 원장은 자기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특성을 언급했다. 그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더라도 결국 스마트폰을 통해 보고 공유한다"며 "같은 기종의 스마트폰이면 그 회사가 제공하는 비슷한 느낌의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스마트폰 카메라의 특징을 설명했다.

애플 아이폰이나 삼성 갤럭시폰으로 찍은 사진은 스마트폰 자체적으로 후보정 작업에 들어간다. 강 원장은 "젊은 친구들은 이를 거부하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어 "자신이 직접 촬영하고 보정하는 등 다른 사람의 사진과는 다른 자기만의 느낌으로 표현하는 것을 즐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