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역에 위치한 알뜰폰 스퀘어에서 직원들이 휴대폰 진열대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20년 11월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역에 위치한 알뜰폰 스퀘어에서 직원들이 휴대폰 진열대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알뜰폰(MVNO)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정부의 통신비 부담 인하 기조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무기인 알뜰폰 업체들을 위협할 만한 정책들이 등장한 결과다.

3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번호이동 통계를 보면 지난 4월 알뜰폰 번호이동 순증 규모는 2만158건이다. 이는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 알뜰폰' 회선 수에서 '알뜰폰 → 통신 3사'를 제외한 숫자다.


지난 1월 알뜰폰의 번호이동 순증 회선(7만8060건)과 비교하면 4분의1, 3월(4만5371건)과 견주면 절반 수준이다.

알뜰폰 이용자 증가가 주춤하면서 통신 3사는 다소 반등했다. SK텔레콤의 번호이동 순감 규모는 1월 3만2331건에서 4월 8518건, KT는 같은 기간 2만7529건에서 1만539건이 됐다. LG유플러스의 경우 1만8200건에서 1101건으로 줄었다.

알뜰폰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고가인 통신 3사 고객들을 유치했다. 통신 3사의 주력 상품인 5세대 이동통신(5G) 요금제와 달리 알뜰폰은 비교적 저렴한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를 내세웠다. 지난 2월 기준 알뜰폰 휴대폰 회선 수는 약 897만 회선으로 꿈에 그리던 1000만 돌파도 머지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방침에 협력한 통신 3사의 방침이 알뜰폰 업계 성장 발목을 잡고 있다. 통신 3사가 번호이동하는 고객들에게 지원하는 '전환지원금'이 대표적이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도 22대 국회에서 폐지되면 보조금 제한이 사라진 통신 3사의 요금제 경쟁력이 올라갈 전망이다.

제4통신사의 존재도 고민거리다. 통신 3사가 포기한 5세대 이동통신(5G) 28㎓ 주파수를 할당받은 스테이지엑스가 기존보다 파격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를 준비하고 있어서다.

다른 악재도 등장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KTOA)는 통신 3사에 부과하던 '90일 이내 번호이동 시 수수료'를 이달부터 알뜰폰에도 건당 2800원씩 부과한다. 결합상품과 선택약정 등으로 번호이동에 시간이 걸리는 통신 3사와 달리 무약정인 알뜰폰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