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개발한 HBM3E 12H D램 제품.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개발한 HBM3E 12H D램 제품. / 사진=삼성전자

인공지능(AI) 시대 개화에 따른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경쟁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HBM 분야에서 한발 뒤처져 있는 삼성전자는 역량을 총집결해 반드시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리더십을 한층 공고히 하겠다는 각오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HBM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는 SK하이닉스다.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했으며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혁신을 거쳐오는 동안 시장의 과반을 점유하며 선두 자리를 지켜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 수준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이 HBM3E 양산 경쟁에 뛰어들고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면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와 관련 곽노정 사장은 지난 2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AI 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리더십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한 전략에 대해 "세계 최고 성능 HBM3E 12단 제품의 샘플을 5월에 제공하고 3분기 양산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12단 HBM3E는 현재 양산 중인 8단보다 용량이 더 큰 제품이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8단 양산을 시작하고 2분기 중 12단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SK하이닉스도 양산시점을 앞당겨 추격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2016~2024년 HBM 누적 매출이 100억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곽 사장은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누적 매출은 백수십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맞불을 놨다.

SK하이닉스는 기존에 확보한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업강화와 맞춤형 제품 공급으로 시장에서의 입지도 굳힌다. AI 반도체는 범용 반도체 기술역량에 더해 고객 맞춤형 성격이 있어 반도체 개발과 시장 창출 과정에 고객사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최태원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해 고객사와의 협업 체계를 굳건히 구축했다는 게 곽 사장의 설명이다.

김종환 D램개발 담당 부사장도 "SK하이닉스는 HBM과 관련해선 최고 기술력 가졌고 고객이 요구하는 시점에 맞춰 적기에 최고 기술과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며 "최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능 수율 품질 높여가고 프리미엄 수요에 대응하면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삼성전자는 추격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초부터 각 사업부의 우수 엔지니어들을 한데 모아 차세대 HBM 전담팀을 구성해 맞춤형 HBM 최적화를 위한 연구 및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대표이사(사장)은 최근 사내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 "AI 반도체 초기 시장에서는 우리가 승리하지 못했지만 2라운드는 우리가 승리해야 한다"며 "우리가 가진 역량을 잘 집결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까지 SK하이닉스가 갖고 있던 HBM 시장 주도권을 삼성전자가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경 사장은 "AI로 대변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 시작했고 지금이 터닝포인트를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면서 "에너지 소비량은 최소화하고 메모리 용량은 계속 늘어나야 하며 데이터 처리 속도도 훨씬 효율화돼야 하는데 삼성전자가 이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경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 상무도 지난 2일 뉴스룸 기고문을 통해 "삼성전자는 성장하는 생성형 AI용 수요 대응을 위해 HBM 캐파 확대와 함께 공급을 지속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HBM 개발 및 공급을 위한 비즈니스 계획에서부터 D램 셀 개발, 로직 설계, 패키징 및 품질 검증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차별화 및 최적화가 주요 경쟁 요인이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고객별로 최적화된 '맞춤형 HBM' 제품으로 주요 고객사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차세대 HBM 초격차를 위해 종합 반도체 역량을 활용한다. 김 상무는 "차세대 HBM 초격차 달성을 위해 메모리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시스템LSI, AVP의 차별화된 사업부 역량과 리소스를 총 집결해 경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혁신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라며 "삼성전자는 업계에서 단시간에 따라올 수 없는 종합 반도체 역량을 바탕으로 AI 시대에 걸맞은 최적의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