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신임 대한의사협회 회장(오른쪽)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레드서울에서 열린 루자인 알 코드마니 세계의사회장(WMA)과 면담하고 있다. 2024.4.1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임현택 신임 대한의사협회 회장(오른쪽)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레드서울에서 열린 루자인 알 코드마니 세계의사회장(WMA)과 면담하고 있다. 2024.4.1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은 19일 정부가 의대 모집 정원을 증원분의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조치한 데 대해 "기존 의대정원 결정 과정이 얼마나 주먹구구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임 차기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진행된 세계의사회(World Medical Association, WMA)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하루라도 빨리 지금의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제대로 된 대책이 나와야 전공의들이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차기 회장은 "오늘 발표로 사태가 정상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부의 상황인식이 얼마나 안일한지를 알 수 있다"며 "전공의들은 일관되게 의대증원은 부당하고, 필수의료 패키지를 폐기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 전제가 달성돼야 사태가 풀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임 차기 회장은 정부의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두고 "위원 20명 중 14명은 현장을 잘 아는 의사들로 구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구색 맞추기, 거수기나 다름없다며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용산에서 '무조건 하라'고 지시하면 일사천리 달성하려는 모습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의사회는 지난 18일부터 서울에서 진행 중인 제226차 세계의사회 이사회 참석을 위해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임 당선인은 세계의사회 회장단에게 한국 의료계 상황을 알리고 국제적인 지지·연대를 요청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그간 한국 의사들은 지역 필수의료가 소멸하지 않도록 대책을 요구했는데 정부는 의사 수만 늘려서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한국 의료시스템의 문제와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의 목소리가 전 세계에 울릴 수 있도록 뜻을 함께해 고맙다"고 말했다.

세계의사회는 지난달 1일 입장문을 통해 "뚜렷한 근거도 없이 의대생 정원을 대폭 늘리겠다는 한국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이 의료계에 혼란을 초래했다"면서 "한국 정부의 시도는 잠재적인 인권 침해로 간주해 국가적으로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고 비판한 바 있다.

루자인 알코드마니 세계의사회 회장은 "전문직에 대한 권리와 자율성은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다뤄지고 있는 문제"라며 "이번 이사회는 한국의 문제에 대해 주안점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분의 50~100% 범위에서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게 한 한국 정부 조치에 대해 "외형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볼 부분도 있지만 젊은 의사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의협과 긴밀히 논의하면서 한국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오트마 클로이버 세계의사회 사무총장은 "의대생을 60% 늘리겠다는 한국 정부 계획은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환자뿐만 아니라 의대생들에게도 피해가 갈 것"이라면서 "정부와 의사들이 건설적인 대화의 장을 마련해 신속히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 당선인은 "한국 의료정책은 전문가에 대한 존중 없이 수십년간 관료와 정치가의 일방통행으로 이뤄졌다. 세계 의사들이 생각하는 의료정책과 동떨어진 방향이었다"면서 "비정상적인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폭압적인 의사 탄압에 연대해달라"고 언급했다.